대구 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순경 김상준
지난 7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김영란법’이 합헌 판결이 되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청렴한 사회에 대한 기대가 커졌으리라 생각된다.
공직자의 기본 덕목이기도한 ‘청렴’은 필자가 공직생활을 시작한지 2년이 되지 않았지만 신임기본교육에서부터 현재의 직장교육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교육받고, 보고 들어왔던 이야기이다. 또 사무실에 있는 책상, 정수기, 화장실 등 여기저기에서 청렴문구를 찾아 볼 수 있다.
몇 달 전 노부부가 싸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가 있었다. 80세가 넘으신 노부부는 작은 주차장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생활을 하고 계셨는데 신고가 있었던 그날은 사소한 의견차이로 화가 나신 할아버지께서 술병과 그릇 등을 깨고 주차장 앞 화분을 넘어뜨려 지나가는 시민들과 차량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정도였다. 같이 출동한 선배경찰관이 할머니를 진정시키고 근처 식당에 계시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던 30여 분간 필자는 방에 깨져있는 물건들과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했고 인도위에 병조각과 흙들을 담고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눈물을 글썽이시며 요즘 세상에 이런 경찰관이 어디 있냐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하셨고, 남을 돕고 위할 줄 아는 ‘청렴’한 경찰관이 되어달라고 당부하셨다.
순찰 중 노부부를 다시 찾았을 때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셨고 고마워 하셨다. 할머니께서는 용돈 하라며 돈을 꺼내 주시기에 한사코 거절을 했고 다음에 또 오겠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신 것이 마음에 걸리셨던지 파출소로 전화를 몇 번 하기도 했고 다음에 꼭 다시 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 다시 방문했을 때 할머니께서는 기다려보라고 하시고는 불편한 다리에 지팡이를 짚고 나가시더니 빵과 비타민 음료를 사오셨다. 괜찮으니 할머니 드시라고 했지만 화를 내시기까지 하셔서 마지못해 받아들었다. 할머니께서는 요즘에 이런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 하시며 ‘청렴’한 경찰이 되라고 다시 한 번 말씀하셨다. 무심코 들었었던 이야기지만 ‘청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고 바르고 친절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요즘도 가끔은 작은 음료수를 사들고 노부부를 찾아뵙곤 한다. 노부부가 일깨워준 마음가짐의 고마움에 대한 나의 보답이다.
지금도 청렴이라는 문구를 보면 노부부가 생각이 난다.
오늘도 사무실 정수기에 붙어 있는 청렴 스티커 문구를 보며 청렴 한 모금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