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개혁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선진국이 되고 공무원도 이제 무한 경쟁을 할 시대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정부, 민주당, 기재부가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건의한 ‘전국민 지급 후 상위 30% 자진 기부’ 조건으로 일단락 결정 된 것 같다.
그 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가 보인 관료주의적 태도는 참으로 한심하다. 미증유의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경제적 위기에 빠졌는데도 평소 하는 대로 ‘재정 건전성’이나 따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심지어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지원금 지급 협상 과정에서 ‘경제부총리 사표’까지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져 더 분노가 인다. 사표까지 내면서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게 옳은지, 당장 죽어가는 국민인 서민들을 살리는 일이 최우선 순위인지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 모든 것이 그동안 관습화된 탁상공론의 관료주위 탓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편으론 정부의 모든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는 곳은 우리 기재부다.” 하고 자존감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평소 같으면 기재부의 말이 옳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지켜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데, 이를 누구도 반대할 국민이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상황은 역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코로나가 창궐하는 초유의 사태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당장 거리로 나가보라. 대부분의 자영업자 업소에 손님이 거의 없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 평소의 매출 20% 정도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몇 달 더 가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자영업자가 수십만 군데다.
거리에 차량과 사람이 없으니 매출이 없고, 매출이 없으면 물건 만들 공장도 안 돌아가고, 공장이 안 돌아가니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져 더 큰 사회 혼란이 온다는 걸 홍남기 기재부 장관을 비롯한 기재부 관료들은 이를 모르는가?
예산 70%와 100% 차이는 겨우 3조다. 기재부가 3조를 아끼려다 시기를 놓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러운 서민들이 받을 것이고, 그 역풍은 정부와 민주당으로 가게 되어 있다.
애초부터 홍남기 같은 보수적 인물을 기재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잘못 되었다. 그 전에 근무했던 기재부 장관도 보수적이어서 오죽했으면 통합당에서 공천까지 거론되었겠는가.
물론 기재부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바 아니다. 무조건 100% 지급에 찬성하면 야당의 공격을 받을 것이고, 실제로 재정 건전성이 나빠져 향후 국민적 부담이 는다는 것을 삼척동자인들 모르겠는가?
하지만 상황이 이토록 불요불급한데 이론만 늘어놓아서야 되겠는가? 당장 집이 타고 있는데, 우선 우물물이라도 퍼서 꺼야지 119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있는가 말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무시했다. 우리 국민이 누구인가? 금 모아 나라 살린 어진 국민이다. 상위 30%가 기부를 안 할 거라 하지만 필자 생각에 대거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70% 내에서도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안 받겠다고 대거 나설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국민이다.
일단 민주당 안으로 결정된 이상 기재부는 더 이상 조건을 달지 말고, 국회는 하루 빨리 이를 통과시켜 조속하게 지원금이 서민들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조를 적극 해야 할 것이다.
통합당이 만약 이에 협조하지 않고 오거돈 사건만 떠들면 국민들로부터 또 영원히 퇴출될 것이다. 오거돈 사건은 어차피 본인이 성추행을 인정한 이상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다. 관건은 총선 전에 민주당이 이를 알았느냐 하는 것인데, 피해 여성도 4월 이전에 사퇴하라는 조건을 달았으므로 별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우리말에 다른 것은 다 변해도 관료들의 사고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철밥통그릇 지키기에는 능숙하다는 뜻이다. 이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야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사고가 생기고 거수기가 아닌 능력으로 대우 받는 시대가 될 수 있다.
이제 공무원도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필자의 생각에 기재부가 야당의 파상 공세를 피해가려는 의도로 100%를 반대했지만 결국 민주당의 요구대로 한 것은 잘 한 것이다. 야당의 입을 막고 자기 본분도 지키려 했으니 기재부로선 잃을 게 없다.
하지만 좀 더 과감한 결정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기성과 적절성이다. 시기를 놓치면 적절성 효율성도 다 파묻히게 된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불이 난 집 속에서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며 아우성이다.
소방서의 119가 올 때까지 가만히 뒷짐지고 기다릴 것인가? 가까운 우물물이라도 길러서 불을 꺼야 하는가? 집이 불탄 후 119가 와서 잔불을 정리하고 새집을 지어준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과 함께 관료개혁까지 철저히 이루어져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공무원도 이제 무한 경쟁을 할 시대가 된 것이다. 언제까지 철밭통 그릇만 두들기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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