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세력이 뒤섞여 혼란이 일어나고 있을 때 약자가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① 약자들끼리 단결하여 강자에 대항한다. 이 경우는 자주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강자에게 각개 격파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② 강자의 보호막 아래로 들어간다. 이 경우 자주성을 상실할 위험성이 있다.
전국시대 후기로 접어들면서 진(秦)이 점차 강성해져갔다. 다른 여섯 나라인 제(齊)‧연(燕)‧한(韓)‧위(魏)‧조(趙)‧초(楚)는 진의 침공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6국이 단결하여 강대한 진에 대항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바로 ‘합종(合縱)’책이었다. ‘종(縱)’은 세로 방향이란 뜻으로, 서방의 진에 대응하여 6국이 남북 방향으로 연합한다는 것이었다. 이 정책을 추진한 인물은 모사 공손연(公孫衍)과 소진(蘇秦)이었다.
이와 상대되는 것으로 진나라와 연맹하여 안전을 보전하려는 정책이 ‘연횡(連橫)’책이다. ‘횡(橫)’은 가로 방향이라는 뜻으로, 각국이 동서로 연합하는 것을 말한다. 진은 6국이 ‘합종책’으로 대항함에 따라 고립되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연횡’을 추진했던바, 그 추진자는 장의(張儀)였다.
소진은 6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합종’을 강조하는데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 정책은 한때 효과를 거두어 진나라를 고립무원의 처지로까지 몰고 갔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진의 분리 공작으로 몇몇 나라의 사이가 벌어졌고, 소진마저 암살당해 ‘합종’은 끝내 와해되고 말았다.
한편 장의는 진의 상국이 되어 6국을 분열시켜 각기 진과 연합케 하는 ‘연횡’ 공작을 추진하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장의를 신뢰하던 진 혜왕이 세상을 떠났고, 신변의 위험을 느낀 장의는 망명하여 타향에서 객사하고 말았다. 그 후에도 진은 각개 격파 전술을 계속 유지하여 천하를 통일했다.
‘합종’이건 ‘연횡’이건 그 형태는 비록 다르지만, 둘 다 다수를 끌어드려 벌이는 공작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즉, 공동 행동으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적 진영을 분열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 통일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합종연횡’의 역사는 후세에 각종 경험과 교훈을 남겼다. 그 중에 가장 큰 교훈은 국가 외교에서 자주권이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합종연횡’은 자기 역량을 저장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때 비로소 의의를 갖는다. 복잡하고 번잡한 외교적 허상에 미혹되어 주체성을 잃어버리면 결과는 자신을 망치게 된다. ‘합종’과 ‘연횡’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초나라 회왕(懷王)은 결국 진의 계략에 걸려들어 자신도 감금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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