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국민 여론 수렴을 계속해 적절한 복무기간과 근무 형태를 보완해야 하며 악용방지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체 군복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정부의 복무 방안이 36개월 교도소(교정시설) 근무로 확정됐다. 대체복무 신청자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 여부를 판정하는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이런 내용이 담긴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 정부안에 "군 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한 교정시설에서 합숙 근무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며 "복무기간은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 수준인 36개월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국방부와 시민사회가 이번에는 또 ‘양심’의 의미를 놓고 충돌했다.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지칭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면서다.
36개월 복무는 현행 21개월에서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기간의 2배다. 대체복무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자는 취사와 물품보급 등 교정시설 운영에 필요한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하게 된다"며 "관계부처 실무추진단 및 자문위원이 서울구치소 등 현장을 방문해 복무 강도가 통상의 현역병에 비해 높은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갑작스런 용어 변경은 ‘양심적’이라는 용어가 불러오는 논란 탓이 크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4일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이거나 이행할 사람들을 비양심적 또는 비신념적인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용어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체복무 규정 없는 병역법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지난해 6월)과 맞물려 ‘양심적 병역거부’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결(지난해 11월)이 나오면서 “군복무 중인 사람들은 ‘비양심적 병역징병자’라고 해야 하나”라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지 않고 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병역제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국방부의 대체복무 안은 일각에서 징벌적인 면이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대체로 납득할만한 복무기간과 근무방식이라는 의견이 많다.
육군은 현역 병역기간이 2021년 말까지 18개월이 되고,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2개월 복무한다. 국제인권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역의 1.5배 이하로 대체복무제를 운용할 것을 권고한 것을 고려하면 36개월 대체복무는 다소 길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연구 요원과 공중보건의 등의 대체복무기간이 34∼36개월인 것과 비교해보면 현역병과의 등가성, 타 대체복무자와의 형평성을 두루 확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국방부 여론조사에서 현역병의 77%가 36개월 대체복무를 선택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병역기피 사례가 불거질 때마다 큰 진통을 겪어왔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자 선정과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국방부는 복무기간을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게 했고, 대체복무 대상자를 판정할 심사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국방부가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표현을 못박으면서 그 외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종교(여호와의 증인)가 아닌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는 2000년 이후 80여명에 달한다.
대체복무제를 두고 정부와 시민사회 간 이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민단체는 대체복무 방안 관련 △기간이 현역(18개월)의 1.5배를 초과하지 않을 것 △복무 분야를 교정업무로 한정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해왔으나 국방부는 ‘교정시설 내 36개월 합숙근무’ 형태의 대체복무제 법률안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일단 36개월 대체복무를 시행해보면서 복무기간을 24∼48개월로 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첫해 1천200명 정도를 선발한 뒤 연간 600명 수준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국방의 의무를 꼼수로 피하려는 시도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