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국회의원 300명에서 100명을 줄여 200명의 국회의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신념이자 주장.
선거제도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자 지난 총선 당시 제 1·2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하다.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념말에 일단은 물꼬를 텄다.
여야 정당들이 선거제 개편에 관한 합의사항을 발표해 놓고도 국회가 정상화된 17일, 그 첫날부터 서로 다른 소리를 하며 파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언제는 내각책임제가 정치권의 이슈가 되더니 지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이다.
그렇게 무슨 말을 하든 ‘국민 대표성’을 확실히 반영할 수 있는, ‘직접민주제’(direct democracy)의 유사 효과가 큰 가장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비례대표제다. 이는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하는 ‘단순다수대표제’의 안티테제인데, 그런 이유는 정당의 존재를 전제로 각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비례하여 국회의 의석을 배분하므로 해서다.
소선거구를 중심으로 한 현행의 선거제도ㅡ단순다수대표제는 필연적으로 양당제를 유인한다. 의회권력을 독과점하며, 양극적·극단적 경쟁이 유발되는 경향이 농후한데, 이는 임노동(wage labour)에 대한 ‘배제정치’(politics of exclusion)로 연동됨으로써 노동시장으로부터 실패자·낙오자를 대거 유발시키는 퇴행적인 ‘자유노동시장’(liberal labour market)을 조장할 수 있다.
이처럼 노동의 안정성뿐 아니라, 기업의 조세와 국가의 복지정책에도 부정적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 석패율제 도입을 통한 지역구도 완화 등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되면 비례와 지역구 의석비율 조정, 의원정수 확대 검토가 불가피한데 이 부분에 합의함으로써 선거제도 개편 방향의 큰 줄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천1명을 상대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전체 응답자의 42%가 ‘좋다’고 답했고, ‘좋지 않다’는 응답률은 29%에 그쳤다.
여야 정당은 선거 때마다 선거제도 개편을 국민에게 공약하고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왔으나 정당 간 이해타산과 의원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막혀 무산된 전례가 부지기수다. 벌써 잡음이 나오고 있어 국민의 시각은 과연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낼지 의구심이 크다.
내년 1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려면 12월 안에 정개특위 차원의 개혁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1월 정기국회를 넘겨 정개특위 시한을 연장해가면서 시간을 끌다 보면 무산될 공산이 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무산이든 유산이든 국회의원 정수의 증대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이되지 아니한 증원에는 완곡히 반대이고 현 국회의원 300명에서 100명을 줄여 200명의 국회의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신념이자 주장이라 할 것이다.
서로 이견과 쟁점이 있다 하더라도 연내 큰 틀을 정개특위가 만들고, 남은 쟁점은 각 당 지도부와 정치 협상을 통해 내년 1월 중 타결을 보아야 한다. 연내 정개특위의 활동에 선거제도 개편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이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이번엔 선거제도 개편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의 열쇠를 쥔 민주당과 한국당의 각별한 의식과 각오가 있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의사가 사표가 되지 않고 소수 의견도 정치에 반영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 발전적인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정당의 정책이나 방향, 정치 참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소수 정당에 유리한 제도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300석의 국회의석이 있고, A당이 10% 득표를 하면 A당은 10% 의석인 30석을 배정받는다. 그리고 A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 있다면, 그 20명은 우선 국회의원이 되고 모자라는 10명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이 방안은 유일하게 객관성과 독립성을 갖춘 방안이기도 하다. 2015년 2월 독립적인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방안이고, 학계에서도 대체로 지지를 받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소위 중·대선거구제같은 경우에는 학계나 시민사회에서도 거의 지지하는 여론이 없고, 일본과 대만도 시행하다가 버린 제도라는 점에서 이젠 논외로 하는 것이 옳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금의 의원정수를 갖고도 도입할 수 있다.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는 의석 배분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의 의원정수 300명으로 연동형 방식을 도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지역구 253 대 비례 47로 연동형을 도입할 경우에, 초과의석이 많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전체 의석 총수를 고정하는 총의석 고정방식(스코틀랜드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스코틀랜드 방식은 총의석을 고정하기 때문에,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정당이 손해를 보게 되고 비례성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병립형보다는 획기적을 비례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즉 연동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의원정수 확대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연동형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석수 확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수조건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