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바른미래당 합당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원내 과반을 넘길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 한다. 항시 변할 수 있는 유기체와 같다. 근래 보수야당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보수야당의 뚜렷한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합당문제가 물밑에서 접촉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다. 즉 보수야당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일부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철저히 패배한 두 야당은 텃밭이라 할 후 있는 대구·경북에서도 힘겨운 싸움 끝에 체면 유지만 한 상태에서 도무지 지지가 오르지 않는 보수진영의 몸부림에 이해는 가지만 싸늘하게 돌아선 민심을 끌어 오기는 현재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역시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의 텃밭 대구만 해도 대구·경북에서 벌써부터 물갈이론이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고 있다. 정치권에서 늘 말해왔던 ‘분열은 필패’라는 얘기가 쏟아져 양당 합당 필요성이 떠올랐지만 당장 집안부터 추슬러야 한다는 소리도 만만찮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가 물러간 자리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 출신의 김병준을 위원장으로 추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바른미래당은 흘러간 물이라고 일컫는 손학규 전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홍준표 전 대표는 외유 길에 올랐다 돌아왔고, 안철수 대표는 독일로 기약 없는 외유 길에 올랐다. 또한 유승민 전 대표마저 2선으로 물러난 상태에서 도무지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으로 급기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 등으로 조급한 발걸음이 주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 몇몇 의원들이 모여 합당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나섰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선 탈당했다가 다시 돌아온, ‘복당파’가 합당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역시 주로 복당파였다.
이 모임에 나갔던 한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이다. “일찌감치 합당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던 의원들끼리 몇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다가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으니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는 뜻에서 만나게 됐다.” 여러 대화들이 오갔고, 또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긴 했지만 합당이 불가피하다는 데엔 서로간 의견이 일치했다.
합당 추진모임에 관여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두 당이 합치는 것만으로는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어렵다. 운동장이 너무 기울어져 있다. 민주당에 비해 사람도 턱 없이 부족하다”면서 “우선 합당이 최우선 목표지만 이를 넘어선 ‘빅텐트’를 세우는 게 관건이다. 시민단체와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복당파의 좌장은 김무성 의원이다. 정치권에서 양 당 합당 논의 배후로 ‘김무성-안철수’를 지목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김 의원과 안 전 대표가 모종의 밀약을 맺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새롭게 출범할 당의 대표를 김 의원이 맡고, 안 전 대표는 차기 후보로 나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김 의원과 안 전 대표 측 모두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일축했다. 자유한국당(112)과 바른미래당(30)이 합치면 142석으로 원내 1당(민주당 129석)이 된다. 여권이 양당의 합당 논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산술적인 계산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합당이)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산 넘어 산’이다. 합당 논의에 참여하는 인사들 대부분 이를 인정한다. 일단 당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은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이 추진되면 ‘탈당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경한 스탠스다. 차라리 무소속으로 남거나 민주당에 합류하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오히려 한국당-바른미래당 합당이 민주당의 세만 더 불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합당 반대파들의 합류, 보수진영 통합에 대응하기 위한 정계개편 등을 통해 민주당 의석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의 호남 의원은 “민주당은 가만히 있겠느냐. 민주평화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 합당 반대파들을 또 영입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원내 과반을 넘길 수도 있다”면서 “어찌됐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합당 움직임은 향후 정치권 득과실로 정치 지형을 흔드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