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정지 명령을 내린 정부의 미심쩍은 늦장대응에 BMW 차량 소유자들의 불만은 높다.
생활필수품인 차량에 문제가 생겼다. BMW차량 소유자들이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주차장 이용마저 어렵게 된 마당에 도로 위 주행 과정에서도 눈치를 보아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차량 운행 제한 등으로 BMW 소유자들은 불편한 마음과 함께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BMW코리아나 미국계 자동차 회사 BMW 본사측의 뒤늦은 사과와 리콜, 안전진단에도 화재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다. 그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이다 문제가 점점 확산되고서야 운행정지 명령을 내린 정부의 미심쩍은 늦장대응 조치에 대해서도 BMW 차량 소유자들의 불만은 높아가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 한심해 보인다.
지난 14일 중국 신화통신은 요헨 프레이 BMW 본사 대변인이 “한국에서 화재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한국 현지의 교통 조건이나 운전 습관 때문일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부터 30건 이상 집중적으로 발생한 화재로 BMW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BMW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BMW코리아는 17일 입장자료를 내고 “프레이 대변인은 화재 원인을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의 결함과 함께 높은 누적 운행거리, 지속적인 고속주행 등이라고 언급한 것”이라며 “신화통신의 보도는 독일어로 진행된 인터뷰를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오역”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프레이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벌어진 이번 논란이 BMW 본사와 한국 BMW법인간의 부족한 소통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고 지적한다. BMW코리아가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본사에 사실대로 전달했다면 본사의 대변인이 다른 나라에서 누적 운행거리와 고속주행 등 제품 결함 이외의 화재 원인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자제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계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BMW 본사 대변인이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면 한국에서 벌어진 ‘불난 자동차’ 사태와 관련해 한국 소비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중국 시장에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상적인 글로벌 기업이라면 이런 경우 곧바로 인사 조치를 했을 텐데 해명만 내놓은 것을 보면 BMW 본사가 차량 화재 사태와 한국 소비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BMW 본사의 요한 에벤비클러 품질관리 수석부사장은 “유럽에서도 한국과 같이 동일한 EGR 결함이 발견됐다”고 전했지만 한국에서 단기간에 화재가 계속 발생한데 대해서는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최근까지도 BMW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BMW그룹 본사 차원의 사과는 전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BMW코리아가 본사와 한국 소비자들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MW코리아는 문제가 된 EGR의 제조사가 어디였는지, 차량에 EGR을 탑재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 국내에서 제기된 많은 의문에 대해 “본사 차원의 기밀이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만 고수해 되풀이했다.
BMW코리아는 이날부터 결함이 발견된 디젤차 42종, 10만6317대에 대한 리콜을 시작했다. 단기간에 대규모 차량에 대한 리콜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BMW가 부품을 제 때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BMW코리아 측은 “올해 안에 전체 차량에 대한 리콜을 완료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부품 수급 계획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자동차 관계자는 “BMW코리아는 이번 화재 사태 속에서 본사의 입장만을 대변한 채 국내 소비자들의 궁금함을 제대로 해소 하는데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BMW코리아가 국내에서 단지 BMW의 판매법인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상 최초의 운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BMW차량이 ‘도로 위 공포’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