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돈을 줬다는 사람과 받지 않았다는 사람 모두 자신이 진실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자”고 말했다. 즉 자신의 비망록에 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그리고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돈을 주고 인사 청탁을 했다”고 기록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반박, 이렇게 주장한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직접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 전 회장이 자신을 궁지에 몰기 위해서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차라리 이 전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서 거짓말 탐지기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육성으로 증언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이 전 회장 비망록에 기록한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즉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자신의 비망록에 “지난 2008년 2월 23일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났고, 고위직 자리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적은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으며 이 비망록 내용은 앞서 언론들에 의해 공개되었다.
그리고 당시 공개된 비망록은 이 전 회장 자신이 원하는대로 인사가 나지 않자 “이 전 대통령이 원망스럽다”며 “파렴치한 인간들”이라고 써 당시의 분노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을 받으면서 이팔성 씨에 대해 많은걸 알게 됐다”는 말로 이 씨에 대해 처음을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이 씨의 성격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대면하면 고개를 자꾸 돌리고 눈길을 맞추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 씨가)한 번도 선거운동 때 얼굴 비치지 않았다.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라며 친분관계를 부인하고 “당선되고 나서 나를 만나려고 노력을 많이 한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누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인사문제 한 번도 없었다”며 인사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이 부인하고 있는데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의 비망록 감정을 요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팔성 전 회장의 이 비망록을 감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