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대 국회 2기 출범과 함께 ‘협치내각’이란 이름으로 연정구상을 밝혔으나 야당들이 시큰둥이다. 문재인 정권 2기 개각과 함께 야당인사의 입각을 통한 야당의 협조로 입법 등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으나 야당 측의 외면으로 좌초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농수산식품부 장관 등 시급히 보강해야 할 각료는 앞서 임명하되 나머지 개각 대상 각료는 민주당의 요청으로 야당인사 입각 등을 고려하여 여야의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야당인사 입각을 통한 연정을 ‘협치내각’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구상은 야당으로부터 비토를 받거나 심지어 비난을 받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전날 제안에 대해 24일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전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며 "협치는 야당을 상대로 같이하자는 것인데 제안과 설명이 분명히 있어야 했다"며 "(민주당) 의석이 130석밖에 안 되니 협치해야 한다는 것은 뜬금없다. 선의라고 하더라도 분명한 정치적 도의는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한 것 같아 한편으론 다행이지만 현재로선 그 진정성에 의문이 있다. 장관 자리 한두개 내주면서 협치의 포장을 하려는 의도라면 안 된다"며 "협치 제안이 제대로 되려면 야당의 진정성 있는 고언에 귀를 기울이고 잘못된 정책을 과감하게 바꿀 각오가 먼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원내대변인도 "협치내각 같은 제안이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나온 것은 유감스럽다"며 "협치내각이라는 것이 연정과 같은 의미였는지도 모르겠고, 소연정인지 대연정인지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조속한 시일 내에 공식적인 제안이 있으면 좋겠다. 정식 제안이 와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뒤 응할지 말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다소 유연성을 내보였다.
그러나 당내 기류를 달랐다. 현재 평화당 당권주자로 8.5전당대회 대표경선에 나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유성엽 의원은 청와대의 제안을 두고 “정국돌파용으로 불쑥 작은 당에게 장관직 1~2개 던져주는 것은 의미도 없고 진정성도 없다”며 “야당 또한 이를 낼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협치내각의 전제는 정책 협치, 즉 정책연대”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방식으로 불쑥 협치내각을 제안하지 않는다”고 한 뒤 “정책합의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나눌 수 있는 장관직에 대해 합의를 하는 순서로 나아가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지적 이 같이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연합정부로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인 DJP연합을 거론하고 이는 “1996년 총선 이후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두 정당이 대선까지 꽤 오랫동안 정책연대와 선거연대를 함께 하면서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제안했던 대연정 실패와 민노당과 하려 했던 소연정 실패를 거론. "이런 실패는 "모두 (정치공학으로만 접근) 정책연대라는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또 "국회(야당)는 장관직 1~2개로 떡고물을 나눠주는 곳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국민을 대표하는, 그래서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함께해야 하는 국정 파트너”라며 “인식의 전환부터 촉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천정배 의원은 좀 더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24일 “'협치내각'?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개인 성명을 통해 “‘협치내각’이란 정확하게 말해서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 시도“라면서 적폐세력과 손잡고 어떤 개혁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협치내각이란)대연정은 촛불국민혁명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 정부가 뭘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뭘 안 하면서도 비난을 나눠지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국가비상상황도 아닌데 기득권 세력이든, 국정농단 세력이든 다 손잡으면 책임정치는 어디에 있는가?”고 물었다.
천 의원은 또 앞서 거론되던 평화당, 정의당, 무소속 등 개혁진영과의 '개혁입법연대'에 나서지 않았던 여권에게 “‘개혁입법연대’도 걷어차고, 개혁입법이 어려워졌다면서 자유한국당에 손을 내미는 것은 뭘 위한 것인가? 적폐세력과 연정을 하면 적폐청산은 어떻게 할 것이며, 반개혁세력과 연정을 하면 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가?”고 따진 뒤 청와대의 제안을 “나눠먹기 야합 이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경제정책 등에서 나타난 일련의 보수화가 결국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으로 가는 전조가 아니었는지…”라며 “평화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 의해 야당으로 선택된 만큼 야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분명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야당들의 기류로 볼 때 특별한 전환점이 없는 한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하는 '협치내각'은 성사가 희박해 보인다. 그리고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대연정은 물론 소연정도 이루지 못하고 정치권의 비판만 받았던 '복사판'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