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꽃 꽂아드렸다고 자식의 도리 다한걸까?
세상 모든 사람들은 어머니를 필요로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을 잊게 한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태어나 이 만큼 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우리에게 세상 어떤 것에서도 얻을 수 없는 평안과 안식, 기쁨과 용서를 주는 분이다.
우리는 비록 죽음과 같은 고통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라도 어머니가 우리의 손을 잡고 있다면 평안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를 통해 끝없는 희망을 얻을 수 있다.
필자는 평소 전 경상북도 도지사(대구시장. 부산광역시장, 강원도 지사)를 역임하신 김무연(98세) 지사님을 비롯한 대구의 원로님들과 자주 만나 용안을 뵙고 점심식사나 저녁을 함께하고 있다. 또 필자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필자의 母(김묘경. 93세)를 모시고 살면서 5월 어버이날과 가정의달을 맞아 경로효친 사상이 부족한 마음을 깊이 반성합니다.
두 여인이 상담을 위해 한 성형외과를 찾아왔다. 결혼을 앞둔 딸과 그 어머니였다. 의사 앞에서 딸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고, 어머니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제 딸이 곧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어릴 적에 사고로 손을 다쳤습니다.
다른 손가락은 모두 수술이 잘되어서 불편하지 않는데 약지 손가락만 없습니다. 결혼하려면 예물도 맞추고 결혼반지도 해야 하는데 반지를 끼울 손가락이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 제 손가락을 딸에게 줄 수는 없을 까요? 선생님 부탁입니다. 꼭 수술해 주세요!”
의사는 한동안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딸은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어머니는 그런 딸을 어떻게든 위로하려고 딸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의사는 이런 경우를 경험해 보지 못한 터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딸의 결혼식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주려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어머니의 손가락을 이식받을 수밖에 없는 딸의 입장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의사는 그들을 앉혀놓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들이 병원에 함께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마음고생은 얼마나 컸을까? 지금 단 한 마디로 수술을 해달라고 하지만......., 그 한마디를 뱉어내기 위해 겪어야 했을 아픔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에 잠겨있던 의사는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병원 몇 군데나 다니셨습니까?”
“예, 여기까지 일곱 군데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제 다른 병원에 가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수술을 하겠습니다.”
어머니와 딸은 몇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수술 날을 예약한 뒤 돌아갔다. 의사는 다음 환자의 진료도 미루고 창문으로 딸과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꼭 잡고 병원 문을 나서서 맞은편에 있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혼수품을 보러 가는 것 같았다. 의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창가에 서 있었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자식의 혼수품으로 자신의 손가락이라도 잘라줄 수 있는 분이다. 아니, 자식을 위해서라며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 주실 뿐입니다. 그 어머니의 끝없는 사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어머니가 다 똑같지는 않다. 많이 배운 어머니도 있고, 적게 배운 어머니도 있고, 잘사는 어머니도 있는가 하면 가난한 어머니도 있다. 그러나 모든 어머니의 공통점은 자식을 향한 사랑이다. 이것만큼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고 비교되지 않는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을 향해 절대적인 힘과 능력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 모두가 포기한 사람도 변화시키고, 모든 사람이 결코 살 수 없다고 결론지어버린 아이들을 살려내기도 한다. 아마도 하늘이 어머니에게만 특별한 능력을 주셨나보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어머니를 존경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경할 수 있다. 어머니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남들의 도움을 고마워할 수 있다.
그러나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어머니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어떠한 사람도 존경할 수 없다. 어머니의 은혜를 고마워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어느 누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세상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시작하는 출발이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꽃을 꽂아 주었다고 자식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