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다.
입춘(立春)이 지났어도 혹한(酷寒)은 연일 수은주를 끌어내리고 있다. 예로부터 ‘입춘추위에 장독 깨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날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이해인 임의「봄이 오면 나는」이란 글에서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앞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봄, 누구나 좋아하는 단어다. 사전적 의미로는 사계절 중 첫 번째 철을 의미하며 인생의 한창 때를 봄이라고도 한다.
이런 봄이라는 말 속에는 풍성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 말 앞에 ‘다시’를 붙이면 봄은 날개를 단다. 한 뼘씩 다시 나아가고 세상에 대한 시선을 다시 돌이켜보는 그 자체만으로 인생의 전성기를 만들어 가는 시작이 봄인 것이다.
한꺼번에 달려 나갈 수는 없다.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봄이 오는 것이다.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더라도 올곧은 시선으로 한 뼘씩 나아갈 수 있다면 봄은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이다.
우리는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마음이 약해진다면 육체의 시계를 보지 말고, 열정의 시계를 보라, 정말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를 말이다. 어느 잡지에 이런 글을 읽었다.
장한나는 열두 살에 세계 첼로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연아는 열일곱 살에 세계를 제패했다. 그리고 드디어 동계올림픽에서 스무 살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루치아 베네통은 스무 살에 세계적인 회사 베네통을 만들었다.
이승엽은 스물일곱 살에 세계 최연소로 300호 홈런을 달성했다. 어린나이에 세계 최고의 자리로 우뚝 선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나이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좌절감에 휩싸이게 된다고 말한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포기해야할까? 그 잡지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성공에 이어 다음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가 박완서는 마흔 살에 현상공모에 당선하고 늦은 나이에 문단에 데뷔했지만 주옥같은 소설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코미디언 이주일 선생은 마흔 한살에 방송에 첫 출연을 하고 인생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예순두 살 나이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를 배우기를 마치고 또 다른 언어 배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신은 몇 살 인가? 지금 무엇을 시작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정말 너무 늦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좌절하고 있는가? 그러나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이 가장 빠르다.’란 말은 책속에서 나오는 글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곳곳에 녹아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삶이 아름다운 것은 도전하는 자의 몫이다. 더러는 “나이 먹어서 이젠 그만두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마냥 젊은이로 세상을 마칠 것이 아니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나이가 든 사람은 나름대로의 경륜과 노하우가 있다.
1945년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47세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70년대는 62세, 80년대는 66세, 지금은 81세에 이르렀다. 100세까지 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면 사회적 현실은 수명의 연장을 체계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채, 우리 모두는 예상 보다 빠르게 장수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 사회적인 노인연령 기준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재조전해야 한다는 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년이 되면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인생의 황금기는 육체적 절정에 이르는 젊은 시절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절정에 달하는 삶의 후반기에도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
일본의 NHK방송에서 120살 넘은 최고령 할아버지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할아버지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한 일흔 살쯤 됐을 때 장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뭐라도 배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