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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기(手相記) 2 권혁웅 수위에 대해 말하자면 너의 깊이는 손가락 세 마디에해당할 것이다 너를 잡을 때마다 네 밖은 봉긋하게 솟아오르고 너는 그 수위 너머로 잠겨든다 그러나 산도(産道)에 이르기까지 네가 움켜쥔 길은 이합(離合)하거나 집산(集散)할 것이니, 모래가 흐르듯 네 손을 빠져나가는 운명을 악착으로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네가 붙든 그것이바깥이어서, 너를 잡을 때 마다 네 안은 우묵하게 오므라든다 *『마징가 계보학』 (2005, 창비) 62쪽. 권혁웅 1967년 충북 충주 출생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등단 19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박영민
2016.09.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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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2 박준범 오늘 내 심장 울지 않는다눈 제발 내리지 말아구름 저 나약한 구름은 누구의 심장 소리에 부서져내리나 *『우주는 잔인하다』 (문학과 죄송사, 2013), 40쪽 박준범 1978년생 독립출판 문학과 죄송사 편집자, 대표. 싱어송라이터. 독립 시집 『우주는 잔인하다』, 『PoPoPo』 큰아버지 박준범 1집 《쓸모없는 입술》 ● 바람은 빈 나뭇가지를 울리며 무심히 분다. 겨울 초입에는, 바람이 더 이상 굴러갈 것도 없는 낙엽을 굴리느라 정신이 없다. 건조하게 일상을 말리며 하늘을 본다.꿈이 무너진 자리에 일상이 자란다.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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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2016.09.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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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피스 퍼즐; 불안(2010) 여정 하늘, 갈라지, 시작해, 양떼구름, 떨어지, 시작했, 날개,잃, 비둘, 몇 마리, 추락하, 나무, 가지들, 부러지, 바벨탑에, 금, 가, 흔들리, 사람들, 우왕좌, 하며 같, 언어, 떠들, 소통, 되지 않, 흩어지, 지하1, PC방으, 몰려, 친구들, 훈이, 아이온, 환이, 와우(WOW, 를, 현이는, 타크래프트, 나, 리니지2, 함께 있, 따로, 놀, 즐기, 이 시대, 우리, 친구, 맞, ? 환이, 먼저 가, 현이, 다음에 가, 나, 훈이, 두고 가, 함께 들어왔, 제각, 따로 가, 우리,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박영민
2016.09.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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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북쪽 이면우 일구구팔년 일월 팔일 경유보일러 끄다 중국산 무쇠 난로 거실에 놓고 가족들 거기 함께 잠자리 펴다 혼자 잠들기, 아직은 두렵던가 열 살 사내애 자주 탄성을 내지르다 잠들기 기다려 이력서 펜으로 쓰고, 고쳐 쓰고 이른 아침 시내로 가 세 군데 봉투 놓고 허리 깊이 숙여 절했다 다시 눈 쌓인 가로에서 여기저기 부탁 전화, 한 곳 방문하고 느지막이 돌아와 임간도로 주변, 포크레인에 뿌리째 뽑혀 한껏 가벼워진 나무들 한 뼘씩 톱질, 배낭 가득 담아 하낫, 두울, 점등하는 마을 향해 산을 내려왔다 타닥, 타다닥, 갈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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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2016.09.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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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서영처 복도가 긴 격리병동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분열증 환자들이 모여오래된 병원의 역사를 이야기 한다얼룩진 세계를 전복시킬 모의를 한다환자들은 들떠 난상토론을 벌인다 병동은 달아오른다모든 미래를 백지화하라!환자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친다 백 색 표 어, 백 색 소 음, 백 색 정 의, 정 백 백색, 공 포 공 백, 색 혁 혁 명, 백 색 경 보, 백 명색 설, 설 원 설 원, 백 색 공 화, 국 백 백 백, 색 밤새 누가 도시를 점령한다백색 문체의 담화문이 걸리고 경광등을 번쩍거리며 앰뷸런스가거칠게 저항하는 자들을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박영민
2016.08.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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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를 거두며도종환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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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8.0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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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안부공광규 홍매나무 가지가 꽃잎을 흩어버리기도 전에봄까치꽃이 봄볕을 물고 안면도까지 왔습니다겨우내 얼어서 빨간 물갈퀴를 거두어 가슴에 품고남쪽으로 날아가는 오리 떼를 한참 바라보다가수선화 활짝 피었다는 남녘의 봄을 생각하였습니다오늘은 봄비가 온다니꽃잎은 당신이 세수한 얼굴이겠습니다세상천지가 연두입술로 따뜻한 입김 후후 부는 날홍매 꽃잎 풀풀 날리는 통도사 뒤란에서다시 한 번 붉은 입술에 설레고 싶습니다- 2016, 계간 『애지』 봄호 중에서공광규1960년 충남 청양군 출생.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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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7.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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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버스김윤이 빛이 왔다. 열시 무렵 버스창에 너울대는 형태로. 추돌사고로 정체된 도로에서 연좌농성중인 차창들 빛을 나눠가지네. 눈 뜨기 힘드네. 도로복판에 돌멩이처럼 박혀있는 우리. 국경 넘는 난민들 같네. 가고자 하는 마음을 뒷전으로 미룰 때에야 흘러간 길로 들어갈 수 있네. 남자가 버릴 때 직장이 버릴 때 그 짧은 순간엔 어디서나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햇빛이 두 눈 덮쳤네. 시간아, 언제나 열패의 아뜩함을 주었지. 캄캄한 절망을 열(列)이라 부르던가. 낙오가 낙오를 거듭하였네. 한시바삐 시간을 돌리는 크로노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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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7.1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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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자작나무정호승자작 자작너의 이름을 부르면자작자작 살얼음판 위를 걷듯 걸어온내 눈물의 발소리가 들린다자작 자작너의 이름을 부르면자박자박 하얀 눈길을 걸어와한없이 내 가슴속으로 걸어 들어온너의 외로움의 발소리도 들린다자작나무인간의 가장 높은 품위와겸손의 자세를 가르치는내 올곧고 그리운 스승의 나무자작 자작오늘도 너의 이름을 부르며내가 살아온 눈물의 신비 앞에고요히 옷깃을 여민다 - 2016, 계간 『시인동네』 여름호 중에서.정호승1950년 경남 하동 출생.1973년 『현대시학』 및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6.07.1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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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전세중고성방가에 늘 가슴이 지렸다아버지의 취기는 온 동네 잠을 흔들어 깨웠다할머니와 어머니는 눈치만 보시고나와 동생들은 헛간에 숨거나달빛이 환한 우물가로 달려갔다어디에선가 건너온 술주정으로어머니는 끼니마다 뒤주를 박박 긁었다뒤란 대숲처럼 휘청거리던 날들아버지의 고집은 직립이었고갈지 자 걸음은 죽장처럼 내 가슴을 찌르고 지나갔다어쩌면 내 핏속에도 고여 있을 고함소리핏줄이 두려워가끔 숫돌에 나를 갈았다가슴에 시퍼런 칼자국이 숭숭 난 아버지세상의 헛바람이 그곳을 드나들었다그러던 어느 날 대문을 걷어차던 고함소리는술병을 놓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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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7.0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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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경전형철침엽수림에 눈이 내린다고요의 폭도로부터 걸어 나온다땅으로부터 멀어지는 표정으로당신의 입장에서 걸어 나오고상처는 당신에게만 소중하고내일과 예언의 사이일그러진 벽을 더듬거린다본 적 없는 몸이어서생애 처음 듣는 발음환상에게 미만하고폭력을 겸허하게 만드는첫걸음과 소리들의 결단오늘이 두려운 이유는어제가 익숙해지기 때문,혀의 뒷면으로 중얼거린다내려놓으면발목 아래가 서서히 사라지는송곳 천지에음과 뜻이 제 갈 길 가듯- 2016, 계간 『실천문학』 봄호 중에서.전형철1977년 충북 옥천 출생.2007년 『현대시학』로 등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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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6.2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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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유희경눈물이 너무 많은 나의 고모는손등을 쓰다듬어 별을 쏟는다하지만 고모 그냥 그림자인걸요어떤 후회가 우리를 흔들겠어요좁은 어깨를 확인하는 사람처럼그것이 나를 아프게 하지만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의 기척지나가려는 것이 지나지 못해눈물도 별도 가족의 병이다 - 시집 『당신의 자리 나무로 자라는 방법』 중에서.유희경1980년 서울 출생.2008년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와 『당신의 자리 나무로 자라는 방법』이 있으며,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려나 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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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6.1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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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극장손택수영사기 불빛이 통과하는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건 먼지다머리 위에서 춤추던 먼지들이 은발과 얼른 구분이 가질 않으면서모든 은막은 완성된다그러므로극장은 본디 실버다주머니 어딘가에는 틀림없이 몇 푼의 먼지가 거스름으로 짤랑이고 있을 것이다한밤에 기침을 하다 깨어나 물을 찾을 때, 바닥에 하얗게 묻어나는 각질이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이내 지워지고 말 흔적일망정나를 추억하고자 하는 것도먼지의 오랜 습관,며칠째 보이지 않는 누군가도 날벌레처럼 영사기 불빛 따라 허공을 부유하는 중이다타박이는 점점을 타고 색색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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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6.1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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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박세미화장실 불을 켠다보인다 내 발 옆에서 떨고 있는 것보이지 않는 것은 하얀 것에 가깝지운명은 까맣고쥐를 본 적이 없지만 쥐의 꼬리는 당장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화장실 불을 켜지 않고 변기에 앉는다어둠이 흘리는 꼬리가 있다문틈을 비집고 보이는 부모의 발목들오줌 싸는 소리느껴진다 내 발 옆에서 떨고 있는 것그것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나가버렸으면나는 머리를 잡혔다어쩌면 팔다리를 잡힌 것이다어둠이 흘리는 꼬리가 된다 - 『시와 반시』 2016 봄호 중에서.박세미1987년 서울 출생.2014년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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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6.0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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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속에서강영환수탁 행세를 하는 암탉이횃대에 올라 울부짖었다새벽이 왔다고 목청껏 함성이다소리는 누구도 잠 깨우지 못하고소음은 어둠을 물리치지 못한다마비된 하수인 손발이 움찔할 뿐발톱 드러낸 암탉이제 가슴을 열고 빛을 꺼내 보였다빛은 제 낯바닥만 비출 뿐벌판 끝을 밝혀주지 못한다누구도 말려주지 않았다어디에서 가져 왔을까냄새나는 그림자들은닭이 짖어댈수록 새벽은두터운 그림자에 덮여 축축해지고닭장 속 구린내가 피범벅이다꽃이 눈 뜬 아침에골육상쟁은 시작된다 - 월간 『모던포엠』6월호강영환1951년 경남 산청 출생.197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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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5.2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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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뿌리다이동훈민들레 씨나 졸참나무 씨나우리 동네 김 씨나씨의 족속이긴 마찬가지인데민들레 씨는 새가 먹고졸참나무 씨는 다람쥐가 먹고동네 김 씨는 혼자 먹는다.먹고 싼 것이 또 씨가 되어씨로 열매 맺고씨로 나누어 먹고씨로 돌아오는 것이니씨 뿌리는 일은 과연 생산적이다.그렇다면 그야말로 몹쓸 짓은씨 말리는 일이다.우리 동네 김 씨는민들레 씨보다 부지런해 보이고졸참나무 씨보다 힘세 보이지만땅만 파는 농부라는 이유로쉰이 다 되도록 총각이다.오늘도 씨불씨불하는데씨 뿌리지 못해말로만 씨부리는 탓이다.이동훈1970년 경북 봉화 출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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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5.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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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박물관노미영물이 제 할 말을 자꾸 삼키다 보면저렇게 허연 뼈가 천지(天地)에 드러나는 것이다삭아도 태(態)가 고와민달팽이처럼 엎더져 있는 등뼈들이여엉치뼈 밑으로 침(鍼)이 들어갈 때전류가 흘러 근육들이 조바심칠 때장검(長劍)이던 정신을, 몽상을물은 아직도 기억한다부르튼 영혼들은 간간하다바람이 없어도꺾인 허리 사이로 치골(恥骨)들은 쏟아져 내리고입 밖에 낼 수 없는 식성(食性)들이 발라낸물의 껍데기들만 석쇠에 눌어붙어가수분해 되지 않을 시간을 견디고 있다 - 『슬픔은 귀가 없다』(시인동네,2016) 중에서.노미영197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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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5.1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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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고은봄비에 눈썹 젖는데아흔 찰나가 한 생각이라면한 순간이 스무 생각 아니랴어쩌나어쩌나옷깃 여며누구에게는 살다가 말 세상이고누구에게는 다 살고 갈 세상인데어쩌나늦가을비에 그대 어스름 가슴 젖는데 고은1933년 전북 군산 출생.1958년 조지훈의 추천으로 『현대시』에 '폐결핵'을, 서정주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봄밤의 말씀'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피안감성』, 『허공』, 『만인보』 외 다수. 소설·수필·평론집 등에 걸쳐 10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수상으로는 제2회 심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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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2016.05.0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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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일안현미그날 이후 누군가는 남은 전 생애로 그 바다를 견디고 있다그것은 깊은 일오늘의 마지막 커피를 마시는 밤아무래도 이번 생은 무책임해야겠다오래 방치해두다 어느 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어떤 마음처럼오래 끌려다니다 어느 날 더 이상 쓸모없어진 어떤 미움처럼아무래도 이번 생은 나부터 죽고 봐야겠다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삶을 살아야겠다아무래도 이번 생은 혼자 밥 먹는, 혼자 우는, 혼자 죽는 사람으로 살다가 죽어야겠다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침묵해서는 안 되는그것은 깊은 일안현미1972년 강원도 태백 출생.2001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6.05.0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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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자신의 극(極)을 모르듯이이혜미 너를 안으니 상한 꽃 냄새가 난다 손톱이 파고든 자리마다 무르게 갈변하는 초승달들, 희게 진물 토해내는 상한 눈빛들 내 오래된 침대 위에 고인 흉한 냄새들이여 너에게 입 맞추는 동안 검은 잇몸들이 줄지어 늘어선다 사람의 반대편에서 괴사한 공중이 온통 얼룩져 내리고 손가락을 버리고 빈 곳을 움켜잡고서야 만개(滿開)를 짐작한다 나무들이 자신이 가진 초록을 모르듯 버려진 잎사귀들 잘린 혀로 꿈틀대다 자신의 색을 잊어가듯 죽은 성기들을 밟고 흰 계절이 온다 너의 입술이 열려 이 밤 가득 썩은
박영민의 숨은 시 읽기
정훈교
2016.04.24 21:03